『차세대 IT혁명과 아시아적 발전모델』(사카무라 겐 지음/동방미디어) 중에서

많은 정부들이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걸고 있으나, 자유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대규모 전력 회사는 1996년 전력 사업 자유화에 따라 발전소를 매각하고 배전 사업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연료비 폭등, 전력 수요의 증대 등으로 전력 조달비가 소비자 요금보다 큰 폭으로 올라 2001년에는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2000년 여름부터 전력 부족 경보가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결국 2001년 1월부터 수십 회에 걸쳐 정전 사태가 일어났고,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갇히거나, 중소기업 조업 중단, 상점 폐점 등 마치 개발도상국과 같은 사태들이 발생했고 결국 정부가 사업을 대신 떠맡게 되었다.

본래 전력의 안정 공급이 최우선인 인프라에 대해 요금 인하를 목적으로 자유화를 실시하다보니 보다 소중한 가치가 위협받게 되었다. 오히려 지구 환경 보호 측면에서 거꾸로 요금을 올린다든지 환경 보호세를 부과하여 절전을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실제로 전기요금이 인상된 후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소비자들의 절전으로 오히려 전력이 남아돌았다.

인터넷과 고속 통신 역시 사회의 주요 인프라이다. 그 동안 "인터넷은 빠르고 저렴하면 최고다"는 논리가 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고속통신 3사가 나란히 파산하여 이용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사회의 인프라를 제공함에 있어서 정말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비용은 합리적인가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 인프라가 적어도 캘리포니아 전력 자유화 사건과 같은 결말을 빚어서는 곤란하다.

『차세대 IT혁명과 아시아적 발전모델』(사카무라 겐 지음/동방미디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