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와 역사 사기극』(정세채 지음/모색) 중에서

모택동은 중국 후난성에서 가난한 보리농사를 짓는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보리밭 농사일을 도우며 8세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3세까지 『논어』와 『사서(四書)』등을 읽었다. 16세까지 아버지의 반대로 학교 진학을 못한 채 보리밭에 인분을 주며 억센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던 그는 틈틈이 삼국지를 읽다가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호된 꾸지람을 듣곤 했다. 모택동은 삼국지를 읽으면서 자신의 장래에 대해 한줄기 빛을 발견했다.

아버지는 일은 하지 않고 책만 읽는 모택동이 마땅치 않아 책을 태우고 찢어 버리지만, 똥지게를 지고 가는 모택동의 손에는 늘 삼국지가 들려 있었다. 그럴수록 아버지의 반대 또한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모택동이 농사를 지으면 아버지 자신은 어려운 농사일에서 손을 놓고 안심하고 쉴 수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갈등이 심화되던 어느 날, 단 한번도 아버지 말씀을 거역해본 적이 없던 모택동이 모험을 시도했다. 그는 깊은 우물가 난간에 걸터앉아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아버지가 내 부탁을 틀어주지 않으면 차라리 여기서 빠져 죽겠습니다."
갑자기 당한 일에 아버지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이유를 물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거역하는 아들로 살 수도 없지만, 삼국지를 읽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똥지게를 지는 일은 제가 알아서 잘 할 테니,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삼국지를 읽게 해주세요. 아버님의 허락이 없으면 저는 이 자리에서 물에 빠져 죽어버리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확답을 주십시오."

잘못하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을 판이었다. 모택동의 성질로 보아 충분히 일을 저지르고도 남을 것이었다. 결국 고집 센 아버지도 마지못해 모택동의 요구를 수락하게 된다.
"그래 좋다. 오전에만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삼국지를 읽도록 해라."
모택동은 이때부터 저항하면 타협이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삼국지와 역사 사기극』(정세채 지음/모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