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베니스 외 지음/황금부엉이/296쪽/9,800원)

1978년, 크라이슬러가 1억 6천만 달러의 빚을 지고 파산하게 되었을 때, 리 아이아코카가 혜성처럼 나타났다.‘경제대통령’이라는 별명처럼 아이아코카는 회사를 경영하는 데 비상한 재주가 있었다. 아이아코카는 32년 동안 포드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장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으로, 포드의 유명한 스포트카 머스탱, 소형차 피에스타를 만들어 자동차업계에서 포드의 자리를 굳게 지켜주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너무 똑똑해도 미움을 받는다는 옛말처럼 아이아코카는 하루아침에 사장 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유는 단 하나, 회장이었던 핸리 포드 2세의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실업자가 된 아이아코카에게 여기저기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르노 자동차의 경영 고문, 항공사 사장 등등. 그러나 아이아코카가 선택한 것은 다 쓰러져 가는 크라이슬러였다.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보란 듯이 일으켜 포드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것일까. 포드사에서 연봉 36만 달러를 받던 아이아코카는 크라이슬러에서는 단돈 1달러를 요구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크라이슬러를 일으켜 세우기로 결심한 아이아코카에게 돈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아코카는 우선 35명 부사장 중 33명을 갈아치우고 폴크스바겐과 제네럴모터스에서 뛰어난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해 왔다. 또 종업원을 줄이고 적자를 내는 공장은 팔았다. 아이아코카와 크라이슬러 전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아, 3년이 지난 1981년부터 크라이슬러는 차츰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 무렵, 아이아코카가 3년 동안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해 개발한 야심작 K카가 나왔다. 전륜구동 소형차 K카는 나오자마자 크게 성공했다. 1갤런의 기름으로 25km를 거뜬히 갈 수 있는 K카야말로 미국 사람들이 오래도록 바라던, 미국인의 손으로 만든 소형차였기 때문이다.

아이아코카는 K카를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5년 5만 마일 정책’을 폈다.‘5년 5만 마일 정책’이란 K카를 구입한 지 5년이 되기 전이나 5만 마일을 달릴 동안에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공짜로 수리해준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만약 차를 받은 지 30일 안에 고장이 나면 새 차로 바꾸어주겠다고 고객들에게 약속했다. 아담한 모습과 실용성, 파격적인 애프터서비스 때문에 K카는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렸고, 크라이슬러는 5년이 못 되어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