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발자국』(한홍 지음/두란노) 중에서

전설적인 자동차 왕 헨리 포드(Henry Ford), 그는 폭 넓은 시각과 탁월한 비전과 창조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스스로의 능력에 도취되어 자신의 비전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많은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델 T외엔 그 어떤 새로운 모델의 자동차도 제작하지 않았다. 자동차 색깔도 검은 색 외엔 만들지 않았다. 모델 T에 철저하게 취해 있던 그는, 어느 날 회사 디자이너들이 자기 모르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서 보여 주자, 직접 망치를 들고 달려들어 차를 때려 부쉈을 정도다. 1927년까지 근 20년 동안 포드는 한 종류의 다지인만 고수했다. 1927년도에 내놓은 모델 A도 경쟁사들이 내놓은 디자인에 비해 너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동안 포드의 주가는 급락하여 1931년에는 종전의 28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그는 노조 결성에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자기만큼 노동자들의 권익을 챙겨 주는 사람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라져도 그들의 권익을 계속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제도의 필요를 몰랐던 것이다. 포드가 옛것만 고집하고 있는 사이에 GM의 젊은 회장 알프레드 P. 슬로언(Alfred P. Sloan)은 여러 자동차 회사들을 통합하고, 소비자의 취향을 십분 고려한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의 차들을 생산 판매하여 급속도로 포드를 따라붙었다.

포드는 결코 남을 세워 주는 리더(empowering leader)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자신이 다 통제하려 했고,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신의 기존 사고 방식과 다른 것을 내놓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괜찮아 보이는 지도자감이 보이면 가차없이 짓밟아 버렸다. 그의 아들 에젤도 아버지의 압제(?)에 눌려 많이 괴로워하다가 1943년에 세상을 떠났고, 2대 회장에 취임한 그의 손자 포드 2세 또한 할아버지를 닮아 다음 세대 지도자들을 키우기는 커녕, 탁월한 사장들을 서로 이간 붙이기까지 했다. 텍스 쏜톤, 어니 브리취, 루이스 크루소 등의 탁월한 사장들을 서로 이간질시켜 갈라지게 하여 차례로 회사에서 제거해 버렸다. 그래서, 리 아이아코카 같은 사람도 이 정치 게임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헨리 포드는 항상 이런 철학을 고수했다. "너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절대 편하게 두지 말라. 그의 방식에 안주하게 놔두지 말라. 전혀 그가 예상치 못한 것을 찔러서 그를 괴롭혀라. 항상 그들로 하여금 불안하게 하고 조심하게 하라."

탁월한 발명가였고 비전 메이커였으며 전략가였던 헨리 포드였지만, 포드 회사를 자기 개인의 왕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자신이 사라지고 난 다음 세대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드는 결국 GM에게 추월 당했고, 1970년대 중반부터는 일본차, 독일차, 스웨덴차에게 밀리고 말았다. 리더가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일은 자기가 없으면 그 단체가 무너질 정도로 그 단체를 자기 혼자에게 의존하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다.

『거인들의 발자국』(한홍 지음/두란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