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에서 인간으로』(존 실리 브라운 & 폴 두기드 지음/거름) 중에서

1970년대 제록스의 팔로 알토 리서치 센터(PARC)의 연구원들은 개인용 컴퓨터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들이 개발한 기술 중에는 요즘 윈도나 매킨토시, 인터넷 등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마우스를 활용한 인터페이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PC는 키보드로 운용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드린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연구소가 개발한 대다수의 혁신 기술들이 회사의 경영자들과 엔지니어들에게 먹혀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연구원들을 오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취급했고, 경영진은 연구원들을 순진하고 비현실적인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원들도 이런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을 복사기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토너 대가리(toner head)라고 비난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제록스의 기술은 결국 10년 후 애플(Apple)이 이를 제품화함으로써 막을 내렸던 것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1979년 제록스의 경영진은 애플 사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티브 잡스를 팔로 알토 연구소에 초대했다. 그때 스티브 잡스는 제록스의 경영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 기술의 잠재성을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애플은 즉시 그 기술을 라이센스 받았고 라이센스 대상이 아닌 것은 그대로 모방해서 이를 제품화했다. 제록스 내부에 고여 있던 지식이 회사 현관을 통해 흘러나간 것이다.

『비트에서 인간으로』(존 실리 브라운 & 폴 두기드 지음/거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