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본능』(니겔 니콜슨 지음/명진출판) 중에서

랜디는 규모가 큰 은행의 인사부에서 초급 관리자로 근무해 왔다. 그러나 승진할 기회가 없다는데 실망한 랜디는 사무용 장비를 생산하는 중소 기업의 인사 관리자로 직장을 옮겼다. 랜디는 입사 전 이 기업의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사장과 첫 인터뷰를 할 때 단도직입적이고 솔직한 그의 성격에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입사하고 나서 얼마 후 랜디는 이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시시각각으로 기분이 변하는 사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도 금방 세상에서 가장 화가 난 듯한 사람으로 돌변했다. 그는 사장실에 직원을 불러 놓고 소리를 지르며 다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직원들은 사장 앞에서는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두려워했다.

랜디는 주요 간부직 승진 후보자를 선발하는 문제에 대해 사장과 상의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은 "매년 승진 대상자 명단을 나에게 가져오게. 내가 누구를 승진시킬지 말해주겠네. 자네는 직원 월급과 교육에나 신경 쓰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연말이 되면 사장은 맘에 드는 직원들에게만 특별 상여금을 주었다. 결국 랜디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려 들기보다는 다른 직장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회사에서 승진을 하는 관리자들은 모두 사장처럼 권위주의적이긴 했지만 막상 카리스마는 갖고 있지 않았다. 한편 승진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사람들은 이 회사에만 오랫동안 근무했던 탓에 다른 직장을 찾기도 어려웠고, 그저 머리를 조아리고 당면한 문제를 피하는 데 급급했다. 1년 뒤 랜디는 결국 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랜디는 새로운 직장에 입사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그 회사의 문화를 파악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같은 업계의 회사라 해도 기업의 문화는 서로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어떤 회사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취직한 뒤 옮긴 회사의 문화가 맘에 들지 않아 곧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직장을 찾을 능력도 없는 사람은 현 직장의 문화에 적당한 태도와 가치를 개발하거나, 그렇지도 않으면 침묵한 가운데 고통을 견뎌야만 한다.

『경영자 본능』(니겔 니콜슨 지음/명진출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