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뿌리』(홍성태 지음/박영사)

일본의 가전제품들이 미국 시장을 휩쓸고는 있으나, 몇 가지 품목만큼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냉장고였다.
부심하던 일본 가전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선다. 이리저리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던 일본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들이 냉장고를 가정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무실에서 냉장고?

예전에는 중요한 손님과 고급스러운 점심을 먹는 것이 기업 경영층의 일과 중에 하나였다. 오늘날은 조찬회가 일반화됨에 따라 손님 접대를 아침식사로 대신하고, 경영자들은 점심 시간을 기업의 체육관이나 사우나장, 헬스크럽, 건강센터 등에서 보낸다. 정오 시간을 그렇게 보낸 후에 사무실로 돌아오는 그들은 가벼운 점심이나 음료수를 원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사무실에 냉장고가 있다면 편리하게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점심시간을 단축하여 일찍 퇴근하려는 경향에 따라 집에서 싸 온 점심을 보관할 냉장고가 필요했다. 그러나 기존의 냉장고는 너무 커서 사무실에 두기에 다소 불편했다.
이에 산요(Sanyo)는 40∼50리터의 크기의 소형 냉장고를 만들어 냈다. 이것은 전형적인 미국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일반냉장고의 약 10분의 1 정도 크기이다. 약간 큰 마이크로 오븐이나 19인치 텔레비전 크기의 냉장고를 어디에 사용하겠는가?
사무실의 코너 등에 놓고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소형 냉장고는 기업 구성원들의 새로운 생활 형태와 잘 어울렸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소형 냉장고의 장점은 작다는 특성이다. 사람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져갈 수 있어 사무실뿐만 아니라 야영을 하는 사람들, 휴가용 밴(Van)이나 이동 주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들은 소형 냉장고를 밴에 부착하여 여행도중에도 집에서와 같은 편리함을 누린다. 가정에서도 홈바(home bar)나 레저룸, 안뜰 등 사람이 즐겁게 모일 수 있는 어느 곳에나 사용하기에 적당했다.
포화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산요는 미국인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잘 관찰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냉장고를 가정에서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나 여행시에 편의품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고객들로부터 배운 냉장고의 새로운 이용법이었다.

『보이지 않는 뿌리』(홍성태 지음/박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