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변명』 (권영설 지음/거름) 중에서

지난 1960년대 문화혁명 와중에서 득세한 중국의 소위 4인방(강청, 장춘교, 왕홍문, 요문원)은 모택동의 후광을 업고 무자비한 정적 숙청 작업을 벌였다.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과 홍위병이 무기였다. 군 원로들을 혁명에 대한 역류로 규탄해 거꾸러뜨렸고, 당시 국가주석 유소기도 자본주의의 길을 걷는 실권파로 몰아 실각시켰다. 중국 건국이래 총리였던 주은래도 죽는 날까지 이들에게 시달렸다. 그러나 서슬 퍼런 이들도 결국 몰아내지 못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등소평이다.

프러시아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아마 역사에 남을 만한 최장수 2인자일 것이다. 40여 년 동안 3명의 왕(나중에는 황제)을 모셨다. 대지주 출신 과격파인 그의 주위에는 온통 적들뿐이었다. 의회는 그가 실수할 날만 기다렸고 자유를 부르짖는 국민들에게나 사회주의 운동가들, 그리고 그에게 패전의 굴욕을 당한 프랑스 등 주변 국가 모두에게 그는 타도 대상 1호였다. 그런데도 그는 75세로 정계를 떠나기까지 28년간 수상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사실상 황제 위의 황제였다.

시대를 풍미한 일국의 지도자들답게 등소평이나 비스마르크의 리더십과 지적 능력, 카리스마 등은 당연히 뛰어났으리라. 그러나 그런 능력으로만 그들의 생존 비결을 풀이하기는 어렵다. 엇비슷한 역량을 갖춘 경쟁자들이 그들 근처에 얼마나 많았겠는가. 두 사람은 다른 이들이 갖지 못한 권력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바로 대체 가능성을 낮춘 것이다.

등소평은 실력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4인방이 득세할 당시 이미 실각 상태였던 등소평은 모택동이 말리지 않았다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모택동은 암을 앓고 있던 주은래 총리의 뒤를 이어 복잡하고 방대한 국가의 일상 업무를 통솔할 수 있는 사람은 등소평 외에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등소평을 정치적으로 매장하려는 4인방에게 "유소기와 등소평은 구별해야 한다"며 경고를 보낼 정도였다. 이를 잘 알고 있던 등소평은 실각해 있는 동안 트랙터 공장 노동자가 되는 설움까지 당하면서도 조용히 훗날을 기약해 왔다.

비스마르크는 대체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인물이다. 그는 정치계에 입문할 때부터 왕의 충직한 조언자를 자임했다. 권력 기반이 약했던 프리드리히 4세는 비스마르크의 도움으로 권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도처에 정적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왕은 비스마르크의 도움이 없으면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다. 그 뒤를 이은 동생 빌헬름 1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등 외국과의 전쟁 와중에서 빌헬름은 국내외의 비판이 자신이 아니라 비스마르크에게 쏠리는데 안도했다. 비스마르크를 내쫓으면 그들 자신도 어찌 될지 불안할 정도로 왕들은 비스마르크에게 의지했다.

등소평과 비스마르크는 자신의 자리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오래도록 살아남았던 것이다.

당신의 생존력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당신 자리에 동료인 김차장을 앉히면 금방 당신만큼 일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주 위험하다. 객관적으로 봐서 누가 당신 자리에 와 앉아도 최소 6개월 이내에는 당신만큼 실적을 낼 수 없는 정도가 되어야 당신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회사는 언제든 당신을 교체할 수 있다.

『직장인을 위한 변명』 (권영설 지음/거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