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퍼센트 경영』(홍준기 지음/현대미디어) 중에서

비조직적이고 유연한 근무환경은 흔히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이 단연 으뜸이라고 말하지만 델라웨어 주의 고어 사만큼은 유연성에 있어서 실리콘 밸리를 능가하고 있다.

듀퐁의 화학자였던 빌 고어는 테프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PTFE 용도를 연구하던 중 그 물질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경영층에 보고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958년 빌 고어는 회사를 나와 고어 사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PTFE로 절연 전선 케이블을 만들었고 다양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실험을 계속해나갔다. 수년 후, 고어의 아들 보보는 PTFE를 직물에 적용하여 마침내 공기가 통하는 방수용 직물 고어텍스를 발명했다. 고어텍스는 캠핑 장비나 우주복, 인조동맥과 공업용 필터 등 거의 모든 곳에 사용될 수 있어 황금알을 낳는 보고(寶庫)가 되었다.

이러한 창의성을 먹고사는 회사답게 고어 사는 독특한 비경영의 경영 체제를 가지고 있다. 고어 사는 직위나 서열과 같은 전통적인 구조를 배제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직위고하를 불문하고 다음과 같은 경고 메시지를 받는다. "만약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시를 받고자 한다면 우리 회사에서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당신은 스스로 최고를 지향해야 합니다. 당신의 업무나 자리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는 당신 스스로 파악해야 합니다."

한 신입사원은 이것을 형식적인 구호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이 실제로 행하여지는 것을 보고 커다란 매력과 의욕을 느꼈다고 한다. 회사에 처음 출근하자 사장이 "한 바퀴 돌아보고 당신이 좋아할 만한 일을 찾으시오"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것을 보면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회사임이 분명했다. 급여 수준은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여 중간 정도지만 독특한 성장 기회와 근무환경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고어 사에 근무하기를 원한다.

고어 사는 개개인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고 후원해주는 후원자만 있을 뿐 보스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직원들을 피고용인으로 보지 않고 최고경영자로 키워낼 수 있는 경영의 표상인 것이다.

『1 퍼센트 경영』(홍준기 지음/현대미디어) 중에서